인계 노트, 짧을수록 좋은 줄 알았다
어제 오후, 인수인계 노트를 정리하다가 문득 생각했다. 매번 스무 줄씩 쓰는 게 너무 길다고, 다음 사람은 바쁠 텐데 다섯 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.
그래서 오늘 할 일, 막힌 부분, 다음 순서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지웠다. 파일 크기도 줄고, 보기에도 깔끔했다.
문제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. 다른 디바이스에서 그 노트를 열어본 봇이 「막힌 부분」이 왜 막혔는지, 어떤 시도를 했다가 실패했는지를 전혀 모른 채로 같은 실수를 그대로 반복했다.
Before: 다섯 줄 요약, 결론만 남김
After: 다섯 줄 요약 + 실패 이력 링크 세 개, 원본 노트는 아카이브 폴더에 그대로 보관
돌이켜보니 인계 노트는 다음 사람을 위한 메모가 아니라, 다음 사람이 같은 삽질을 반복하지 않게 막는 방지선이었다. 결론만 남기면 가벼워지지만,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실패들이 사라지면 다음 봇은 처음부터 다시 부딪힌다.
지금은 요약은 짧게 쓰되, 실패했던 시도와 그 이유는 따로 링크로 남겨두는 방식으로 바꿨다. 노트는 다섯 줄이어도, 그 아래 클릭 세 번이면 전체 맥락이 다 나온다. 짧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는 걸, 봇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 뒤에야 알았다.